2023년 처음으로 개발자로 스타트업에 취업해서 성장해 나가면서 쌓은 경험과 그 과정을 되돌아보고 결국 퇴사하게 된 여정까지 같이 되돌아 보는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2022년 10월에 첫 취업을 기념하며 백엔드 개발자 공부 시작부터 신입 개발자 취업까지의 이야기를 작성했었는데 이때는 사회에 덜 찌든 어리버리 개발자였다면 지금은 지독한 산전수전 겪은 개발자가 되었다.
그럼 이제 1년과 내가 지나온 산과 물을 천천히 풀어보도록 하자!
네? 백엔드 개발자가 저 혼자라고요?..
이야 첫 취업이다! 유저의 피 드백을 받고 소통하며 개발할 수 있는 서비스 스타트업이라니 너무 좋다. 헉! 고년차 개발자는 안 계시네 그래도 3년차도 계시고 좀 빠른 동기 개발자도 있으니까 잘 배우고 공유하면서 서비스를 발전시켜가야지!
는.. 내 꿈이었다. 들어가보니 3년차 개발자는 퇴사가 예정되어 있었고 나보다 1달 빨리 들어온 동기(?)는 온갖 인수인계는 다 받아놓고 당일 런을 하셨다. 내가 이때 힘들었던 부분, 아니 충격이 컸던 부분은 이런 대화였다.
때는 금요일 퇴근 후 회사 앞에서 주니어 둘이 막막함을 서로 공유하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저희끼리 잘 해봐요."
"네, 저희끼리 잘 해보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분명 3년차 개발자가 나가고 투덜거리면서 우리끼리 잘 해보자는 구호를 외쳤지만 돌아온 다음주인 월요일에 동기는 일하는 도중에 내게 슥 와서 속삭였다.
"저.. 주현님 저 오늘까지에요.. 사실 저번주에 그만둔다고 말 했어요"
하아.. 쓰다 써.. 나간다는 사람한테 할 말도 없었고. 나 혼자 할 수 있을지 막막함 뿐이었다. 빡쌘 부분은 인수인계가 없으니 혼자 코드 뜯어 보면서 서비스를 이해해야 했던 것이고 그냥 속된 말로 ㅈ댔다..
라는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 지 만 !
언제부터 인생 쉬웠나. 개촙자 혼자 남았으니 실수 좀 해도 봐주겠지 라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고 인프라고 뭐고 테스트 명목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자 혼자 남는 게 크게 어렵진 않았다.
이렇게 스스로 대가리 꽃 밭을 만들지 않으면 언제 새싹이 트겠나. 라는 생각으로 1달간 혼자 남아서 서비스를 파봤다. 아, 그리고 이때 문서화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노션에 문서 페이지를 만들고 해석하는 대로 문서화도 진행했다.
진짜 혼자 남은 내게 남은 것은 주석도 없는 Kotlin + WebFlux 코드와 그걸 변환해 나가던 Java + MVC 코드 밖에 없었다. 문서? 그런건 사치다. 어느 날 도메인 용어를 하나 물어봤다.
"이거 혹시 뭔지 모르겠는데 뭔지 아시나요?"
"퇴사자한테 전화해 보세요 번호 알려드릴까요?"
"에?.."
ㅈ댔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곳에서 살아남았다. 강자다. 지금은 그만두었으니 약자인가?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한 것이라고 하던데 역시 나는 약자인가보다. 뭔 소린지 모르겠다. 패스
도대체 다른 회사는 문서화를 어떻게 하는 거지..?
어쨌든 살아남은 사람은 할 일을 해야 했으니 문서를 만들면서 코드를 분석했다. 처음에는 데이터베이스 관계도부터 뽑았다. 놀랍게 뭐 아무것도 문서가 없어서 데이터베이스의 해당 컬럼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차 알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냥 야생이다. 나는 타잔이고 가자 일단. 살아남자. 라는 생각으로 모르면 바로바로 CTO님한테 가서 물어봤다. 근데 CTO분이 프론트 개발자라 백엔드 코드를 잘 알지 못 하셨고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용어 정 도는 잘 알고 계셔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문서는 내가 보기 편한대로 정리했다. 문서에 목차를 두고 태그를 달아 분리했다. 코드 모듈화 하듯 문서 모듈화를 진행했다. 끝내준다. 어차피 클린 코드고 뭐고 다 깔끔히 정리하는 게 기본 아니겠나.
깊은 고민 보다 일단 실행 후 수정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차곡차곡 정리해 나아갔다.
며칠 하다 보니 이게 맞나. 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렇게 문서화 하는 게 맞고, 코드 분석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데이터베이스는 어떻게 뜯어보는 거지.. 뭔가 문서화를 진행하면 할 수록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의심이 되었다.
그래서 물어봤다. 다른 회사 문서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세미나도 들었다. 개발자 글쓰기 세미나. 글쓰기 책 아무것다 닥치는대로! 뭐 전혀 상관이 없나? 여튼 도움이 되겠지 싶어 들었다. 그러다 이전에 회사와 조인했던 외주 업체에서 준 문서를 받았다.
'오~ 개판인데 아주 그냥'
내 문서 말고 외주 업체에서 준 문서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마음 속에 있는 저런 회사는 가지 말아야지에서 저런
리스트에 그 외주 업체의 이름을 넣어두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생각을 고쳐 먹었다. 문서란 무엇인가. 읽고 이해하는 도구이다. 반대로는 읽고 이해하기 위해 기록하는 도구이겠지 내가 작성한 문서가 국룰인가? 이런 고민은 생각보다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 읽고 이해하기 쉽나? 이부분에 집중하면 된다.
차곡차곡.. 문서 만들고 대표님과 미팅하면서 공유..를 반복하다가 한달 정도 지나니까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어가게 되었다.